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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좋은 약은 쓰다더니…한약재 ‘고목’에 암치료 효과2020-05-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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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종기나 종양, 구충치료에 써온 한약재인 고목 추출물이 자궁경부암을 치료하는 데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SCI급 국제학술지인 ‘IN VIVO’ 34호에 실렸다.


진료 중인 이재형 해암요양병원 병원장 


흔히 ‘소태나무’로 알고 있는 약재가 고목(picrasma quassioides)이다. 한의학에서는 고목에 독소를 제거하고 종기나 상처가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효능, 열기를 식히고 습기를 말리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종기나 종양치료, 구충치료, 소화불량치료, 간기능 개선에 주로 써왔다. 고목(苦木)이라는 이름에 있는 쓸 고(苦) 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잎과 특히 나무껍질이 쓴맛이 강하다. 우리말에 ‘소태처럼 쓰다’고 할 때의 ‘소태’가 바로 소태나무이다.


#고목, 암세포 만드는 체계 막아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재형 해암요양병원 병원장은 “암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겐 활성화단백질 키나아제(MAPK)/세포외 신호조절 인산화효소(ERK)’의 신호전달경로를 한약재인 고목 추출물이 들어있는 천연물로 차단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희망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의학의 처방방식인 ‘복합천연물’의 효과를 분자생물학적으로 검증, 하나의 암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암에 적용되는 연구논문들도 나와 한의학의 과학화에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IN VIVO’는 임상실험, 병리생리학, 그리고 약물에 대한 연구논문을 다루고 있는 세계적인 학술지이다. SCI는 국제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으로, 교과서나 다른 연구에서 인용되는 등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돌연변이 표적 약물 연구 활발


생소하게 들리는 ‘미토겐 활성화단백질 키나아제(MAPK)/세포외 신호조절 인산화효소(ERK)’ 경로는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밝혀진 세포의 성장·생존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암을 치료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체계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RAS-RAF-MEK-ERK로 이어지는 ERK 신호전달체계의 돌연변이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암의 3분의 1에서 RAS활성 돌연변이가, 8%에서 BRAF의 돌연변이가 확인되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ERK신호를 차단하는 항암제 연구에 크게 기여해 피부암인 흑색종에서 흔히 생기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인 다브라페닙이나 베무라페닙, 트리메티닙 같은 항암제 승인에 이어 차세대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다. 

 


암환자들이 해암요양병원의 강좌를 통해 암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우고 있다.
 



#재발과 전이의 씨앗, 암줄기세포 없애려면


암의 재발과 전이를 유발하는 암줄기세포(cancer stem cell), 줄기세포의 특성을 가진 암줄기세포는 보통 암세포 속에 2~5% 정도로 눈에 안 보이게 존재한다. 식물의 삶으로 보면 암줄기세포는 마치 씨앗과 특성이 비슷하다. 눈에 안 보이는 땅속으로 들어 있으면서 떡잎, 줄기, 가지, 꽃, 열매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씨앗처럼 유전자 정보를 응축해서 가지고 때를 기다리는 조용한 세포이다.


“근원성, 만능성, 유연성, 전체성, 복합성 같은 특징을 보이는 암줄기세포를 없애려면 다중표적(multi target)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암세포는 어느 한 쪽 경로를 막으면 다른 경로로 증식, 전이되는 대사적 유연성이 뛰어나다. 현대의학적인 항암제는 주로 단일성분이다 보니 암줄기세포까지 없애기 어렵다. 라디오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볼륨을 높여도 다른 주파수를 들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재형 병원장의 설명이다.



 

환자들이 병원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한 가지 천연물은 여러 성분의 복합체로 한 가지 유효성분만 뽑아서 쓰는 것보다 천연물 전체를 쓸 때 내성이 적고, 암세포가 되는 여러 가지 경로를 막는다는 것이다. 단일 약효물질과 단일표적, 작용과정 등이 명확해야 약으로 인정하는 서양의학과 달리 한약은 보통 10가지 이상의 약재, 즉 천연물을 쓰는 복합천연물 치료이다. 


KAIST의 이상엽 교수도 “여러 물질이 혼합돼 있는 한약재 구성 화합물과 인체 대사산물의 구조 유사도를 분석, 한약의 인체 내 약효작용 원리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약의 다중성분이 상승효과를 통해 다중표적에 약효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2015년). 


#복합천연물로 다양한 경로 막고 마음 다스려라


암을 극복하는 데는 마음 다스리기도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만성염증이 생기고,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의사이면서 심신의학에 관심이 많아 가족상담 전문가, 전문코치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는 이재형 병원장은 “약과 음식 등으로 상태가 호전되어도 분노, 죄책감 등에 휩싸이면 상태가 다시 나빠지는가 하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면 잘 낫는 경우도 있다. 암환자들을 위한 의사소통법, 심신통합코칭 등을 시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암을 만든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한다. 모든 암이 생활습관의 문제로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습관은 암 발병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치유의 주체가 나’라는 생각으로 음식이나 운동, 수면 등의 생활습관을 하나씩 바꿔 나가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